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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에는 왜 거대한 공허 영역(보이드)이 존재할까

by 문대로그 2026. 2. 11.

우주 사진을 떠올리면 별과 은하가 가득한 모습을 먼저 생각하게 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우주를 크게 보면, 빽빽한 곳보다 텅 빈 공간이 훨씬 더 많습니다. 오늘은 우주에는 왜 거대한 공허 영역(보이드)이 존재할까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우주에는 왜 거대한 공허 영역(보이드)이 존재할까
우주에는 왜 거대한 공허 영역(보이드)이 존재할까

 

이 빈 공간은 단순한 ‘아무것도 없는 곳’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은 이런 영역을 보이드(Void), 즉 공허 영역이라고 부릅니다.

놀라운 점은, 이 보이드가 작은 빈칸이 아니라 수억 광년 규모의 거대한 공간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왜 우주는 이렇게 비어 있는 곳과 밀집된 곳이 극단적으로 나뉘어 있을까요?

우주는 균일하지 않다: 거대한 그물 같은 구조

아주 큰 규모에서 우주를 보면, 은하들은 무작위로 흩어져 있지 않습니다. 대신 실처럼 길게 이어진 구조를 이루고 있고, 그 사이사이에 커다란 빈 공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전체 구조를 흔히 우주 거대 구조 또는 코스믹 웹이라고 부릅니다.

이 구조에서 은하들이 몰려 있는 가느다란 줄 모양을 필라멘트, 필라멘트가 교차하는 밀집 지역을 은하단, 그리고 그 사이에 거의 비어 있는 공간을 보이드라고 합니다.

마치 거대한 거품이 이어진 스펀지나, 비눗방울들이 서로 맞닿아 있는 모습과 비슷합니다. 중요한 점은, 이 구조가 우연히 생긴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우주가 처음 만들어졌을 때, 물질은 완전히 균일하지 않았습니다. 아주 미세한 밀도 차이가 있었고, 이 작은 차이가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커졌습니다. 조금 더 많은 물질이 있던 곳은 중력이 조금 더 강했고, 그 중력은 주변의 물질을 더 끌어당겼습니다.

그 결과, 물질은 점점 특정 경로로 모이게 되었고, 그 경로가 바로 필라멘트가 되었습니다. 반대로 물질이 빠져나간 지역은 점점 더 비어 가며 보이드가 형성되었습니다.

즉, 보이드는 처음부터 비어 있던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며 비워진 공간입니다.

필라멘트와 보이드는 어떻게 함께 만들어졌을까

보이드가 생기는 과정을 이해하려면, 우주를 ‘정지된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우주 초기에 물질은 사방으로 퍼져 있었지만, 중력의 영향으로 조금씩 이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물질은 가장 효율적인 경로를 따라 흐르게 되는데, 그 결과가 바로 필라멘트입니다.

필라멘트는 일종의 우주 속 고속도로 역할을 합니다. 가스와 은하들이 이 길을 따라 이동해, 결국 은하단 같은 밀집 지역에 도달합니다. 이렇게 물질이 계속 빠져나가면서, 주변의 넓은 영역은 점점 더 텅 비게 됩니다.

보이드 내부에도 완전히 아무것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아주 희박한 가스와 소수의 은하가 존재할 수 있지만, 밀도는 평균 우주 밀도보다 훨씬 낮습니다. 그래서 보이드는 상대적으로 중력이 약한 지역이 됩니다.

이 약한 중력은 또 하나의 효과를 만듭니다.
보이드는 주변보다 팽창이 조금 더 빠르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질이 적어 중력이 덜 잡아당기기 때문입니다. 이로 인해 보이드는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더 뚜렷해집니다.

결국 필라멘트와 보이드는 서로 반대 방향의 결과입니다.
한쪽은 물질이 모인 흔적이고, 다른 한쪽은 물질이 떠나간 흔적입니다.

거대한 공허가 우리에게 알려주는 것

보이드는 단순히 “비어 있어서 흥미로운 공간”이 아닙니다. 오히려 과학자들에게는 우주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입니다.

첫째, 보이드는 우주의 전체 구조를 이해하는 기준점이 됩니다.
보이드의 크기와 분포를 분석하면, 우주가 어떻게 팽창해 왔는지, 물질이 어떤 방식으로 움직였는지를 추론할 수 있습니다.

둘째, 보이드는 우주 성분을 연구하는 데 유리한 장소입니다.
물질이 적기 때문에 복잡한 상호작용이 줄어들고, 이론과 관측을 비교하기가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그래서 보이드는 우주의 기본 성질을 시험하는 ‘자연 실험실’로 여겨집니다.

셋째, 보이드는 우주가 얼마나 균일한지 다시 생각하게 만듭니다.
아주 큰 규모에서는 우주가 비슷해 보이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극단적인 밀도 차이가 존재합니다. 이는 우주가 단순한 구조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조각된 결과물임을 보여줍니다.

흥미롭게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도 완전히 밀집된 중심이 아니라, 비교적 한쪽에 치우친 위치에 놓여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관측하는 우주 모습에도 미묘한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보이드는 ‘아무것도 없는 공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우주가 질서를 만들어낸 흔적입니다.
물질이 모이는 곳이 있다면, 반드시 비어 가는 곳도 생깁니다. 이 두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며, 지금의 거대한 우주 구조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래서 우주를 이해하려면, 빛나는 은하만 바라봐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 사이에 펼쳐진 침묵의 공간, 보이드까지 함께 바라볼 때 비로소 우주의 전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합니다.